▲ 시애틀 매리너스 크리스 플렉센.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우리는 플렉센이 이렇게 빨리 이런 성적을 낼 줄은 예상 못 했다."

KBO리그에서 뛴 1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저 빠른 공을 던질 줄만 알았던 메이저리그 유망주는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1년을 보낸 뒤 환골탈태해 고국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크리스 플렉센(27,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야기다. 

플렉센은 2일(한국시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선정한 시애틀 올해의 투수로 선정됐다. 플렉센은 올해 30경기에 등판해 14승6패, 174⅓이닝, 124탈삼진, 평균자책점 3.67로 활약했다. 

개막 때는 선발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당당히 '에이스' 수식어를 달고 마운드에 선다. 아메리칸리그 다승 공동 2위에 오르며 시애틀의 막판 와일드카드 경쟁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단도 플렉센을 영입할 때 이 정도로 빨리 성장하리라 예상하지 못 했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는 "플렉센이 시즌 초반부터 훌륭하게 임무를 해냈고, 자기 공에 자신감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면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을 치르면서 플렉센은 상대 타선을 공격하고 약점을 노리는 방법을 배웠다. 그러면서 계속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플렉센은 시애틀 올해의 투수로 선정됐다. ⓒ 시애틀 매리너스 SNS 캡처
두산은 지난해 뉴욕 메츠 유망주로 묶여 있던 플렉센을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시속 157km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재능이 있었지만, 그 재능을 살릴만한 제구력과 변화구 활용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두산은 결국 우선순위에서 밀린 플렉센과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플렉센은 부상으로 2개월 정도 이탈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보내면서 경기 운영 능력이 월등히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직구는 물로 변화구 구사 능력도 두루두루 향상됐다. 두산은 그런 플렉센을 당연히 붙들고 싶었지만, 빅리그 팀과 영입 전쟁에서 이기긴 역부족이었다. 

플렉센은 올해 시애틀과 2년 총액 475만 달러에 계약했다. 올해는 계약금 60만 달러를 포함해 170만 달러를 받고, 내년에는 305만 달러가 보장된다. 플렉센은 올해 160이닝을 넘기면서 보너스 100만 달러 조건도 충족했다. 

지금 페이스면 플렉센은 2023년 팀 옵션 조건도 어렵지 않게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총 300이닝을 던지면 플렉센은 2023년 연봉 800만 달러를 받는 구단 옵션이 실행된다. 

플렉센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수위권에 들긴 어려울지 몰라도 충분히 득표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플렉센도 시애틀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반전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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