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구장 앞을 찾은 롯데팬들. ⓒ곽혜미 기자
-스토브리그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롯데
-연봉협상마저 의견 차이로 장기전 양상
-FA 손아섭 이탈 겹쳐 뒤숭숭해진 분위기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를 둘러싸고 뒤숭숭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핵심 내부 FA를 놔주다시피 한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의 연봉협상마저 순탄하게 풀리지 않으면서 구단 안팎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8위를 기록한 롯데는 올겨울 이적시장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먼저 FA 외야수 손아섭과 협상이 무위로 돌아갔다. 2007년 데뷔 후 롯데에서만 활약한 손아섭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결국 손아섭은 4년 총액 64억 원을 제시한 NC 다이노스의 손을 잡았다.

양쪽 모두 주장하는 바가 달랐다. 1년 전 내부 FA 외야수 전준우를 4년 34억 원으로 잡았던 롯데는 손아섭과 협상에서도 합리성을 추구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가치보다 향후 기여도를 먼저 고려했다.

반면 손아섭은 다른 FA 외야수들이 100억 원 안팎의 대형 계약서를 가져가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구단 기준보다 높은 금액을 원한 이유다. 이러한 양쪽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협상은 결렬됐다.

손아섭의 NC 이적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 무려 15년간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로 뛰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박해민과 박건우, 손아섭, 나성범 등 각 구단을 대표했던 FA 외야수들이 대거 친정을 떠났다고는 하더라도, 손아섭은 이들 중에서도 고향팀에서의 상징성이 가장 강했다. 롯데에서 이대호 다음으로 향후 영구결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혔던 선수 역시 손아섭이었다. 롯데팬들은 물론 동료들 모두 손아섭의 NC행을 씁쓸하게 지켜본 이유다.

그런데 손아섭 이탈로 뒤숭숭해진 선수단 기류가 연봉협상 과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구단과 주축 선수들 사이의 의견 차이가 예상보다 크게 생기면서 쉽지 않은 줄다리기가 예상되고 있다.

롯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야구계 관계자는 1일 “롯데의 경우 앞서 FA 계약을 한 베테랑들을 제외하면 저연차 및 저연봉 선수들이 많다. 여기로 분류되는 1.5군이나 2군급 선수들은 연봉협상을 마쳤지만, 몇몇 주축 선수들은 아직 구단이 제시한 연봉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귀띔했다.

▲ 롯데는 현재 주축 선수들과 연봉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봉협상 도장을 찍지 않은 선수들은 대부분이 젊은 주력 투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이들은 적지 않은 인상을 기대하고 운영팀 담당자와 만났지만, 양쪽의 제시액 차이가 꽤 크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구단 안팎의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손아섭의 NC행으로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였는데 기대와는 달리 롯데가 적극적으로 잡으려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불만이 쌓였다. 자신들도 나중에는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면서 “그런데 구단이 연봉협상에서도 인색하게 나오자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해졌다”고 말했다.

손아섭을 놓친 것도 모자라 어린 선수들에게도 너무 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선수단 내부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연봉협상이 장기전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연봉협상 타결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스프링캠프 전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이달 내로 조건을 맞출 여지가 있다. 또, 지난 시즌이 도쿄올림픽 일정으로 예년보다 늦게 끝나면서 다른 구단들도 롯데와 마찬가지로 현재 연봉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롯데의 연봉협상에서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선수는 내야수 한동희였다. 4700만 원에서 134%가 뛴 1억1000만 원을 받아들였다. 또, 마무리 김원중은 70% 인상된 1억7000만 원 계약서 위로 도장을 찍었고, 필승조 구승민도 87.5% 오른 1억5000만 원을 새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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