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최고 투수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는 SSG 윌머 폰트 ⓒSSG랜더스
▲ 올 시즌 최고 투수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는 SSG 윌머 폰트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차라리 홈런 안 치고, 실책 안 하는 게 낫죠”

SSG 좌타 거포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올해 신인왕 레이스에 합류한 전의산(22)은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SSG는 선발 윌머 폰트가 1-1로 맞선 4회 고전하며 3실점했다. 다만 2사 상황에서 류지혁의 타구가 1루수 전의산 앞으로 굴러 이닝이 끝나는 듯했다. 전의산도 “평범한 타구였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포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급한 마음에 다음 동작까지 무너졌다. 그 사이 한 명의 주자가 더 홈을 밟아 폰트의 실점이 하나 더 늘어났다. 실책을 저지른 전의산은 자책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다른 상황도 아닌, 평범한 플레이로 이닝을 끝내고 상대 공격 흐름을 끊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 그랬다.

이미 0-1로 뒤진 2회 시원한 동점 솔로홈런으로 폰트를 도와준 전의산이었다. 그러나 이 실책 하나는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1-5로 뒤진 4회 반격에서 곧바로 추격의 투런포를 터뜨리며 개인 첫 연타석 홈런을 장식하기는 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전의산은 “두 번째 홈런은 에러를 하고 팀이 어려웠던 상황에 쳤던 것이라 그렇게 막 기분이 들뜨지는 않았다. 마음이 좀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그런 전의산은 폰트에게 다가가 “폰트형,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자신의 실책 때문에 실점 하나가 늘어났고, 이닝을 마치기 위해 공도 6개를 더 던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폰트는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잊은 듯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실점 직후에도 특별한 반응이 없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게 카메라에 잡힌 폰트였다. 

전의산은 “아마 폰트의 선발 때 예전에도 내가 실책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괜찮다고 했다”면서 “오늘도 미안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멀티홈런을 치고도 눈칫밥을 먹어야 했던 경험 적은 선수는 자신을 탓하지 않는 에이스의 품격 덕에 마지막까지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팀도 4회 곧장 4점을 만회하고 폰트의 패전 요건을 지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하며 대단한 기세를 타고 있었던 폰트였다. 이미 구단 신기록을 갈아치운 터였다. 하지만 매번 잘 던질 수는 없는 노릇. 이날도 그랬다. 1회 나성범에게 맞은 홈런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4회 상황에서 커맨드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실책까지 끼었다. 기분이 좋을 수 없는 이닝이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깨끗하게 잊고, 다시 투구에 집중한 건 에이스다운 피칭이었다. 팀이 4회 곧바로 동점을 만들자 폰트는 5회부터 힘껏 공을 던졌다. 폰트는 그렇게 5회와 6회를 무실점으로 정리하며 팀이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어줬다. SSG는 7회 최정의 동점 솔로홈런에 이어 9회 2사 만루에서 나온 최상민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에 힘입어 7-6으로 이기고 연승 흐름을 만들었다. 폰트는 경기 후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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