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다희 기자] "배우 생활 25년 정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이었어요."
박병은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tvN 수목드라마 '이브'에 출연한 과정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과 애정을 고백했다.
지난 21일 종영한 '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 멜로 복수극이다. 박병은은 극 중 강윤겸 역으로 분해 매회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박병은은 "10개월 동안 이 작품과 함께 살았다. 그동안 작품을 쉬지 않고 꾸준히, 많이 해왔는데 오랫동안 한 작품을 했던 건 처음"이라며 "마지막 방송을 보고 새벽 1시쯤 잠들었는데 계속 잠에서 깨더라. 오전 3시에 깼다가 다시 자고, 5시에 깼다가 자고를 반복했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헬스장 가서 반신욕을 했다"고 했다. 그는"원래 한 작품이 끝나면 바로 잊는 성격인데, 이 감정은 뭘까 싶더라"라며 "유선은 내게 '아직 소라를 못 보낼 것 같다, 마음이 헛헛하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나를 비롯해 모든 배우가 그랬던 것 같다. 배우 생활 24~5년 정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브'는 첫 회부터 파격적인 19금 정사신을 선보이는가 하면 매회 불꽃 튀는 농밀한 '어른 로맨스'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첫 회부터 19금 촬영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냐'는 질문에 박병은은 "대본으로 모든 게 나온 상태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거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촬영에 들어간 상태라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극 중 여배우들과 배드신이 있었는데, 배드신도 PD님이 세심하게 콘티를 정확하게 그려서 디렉팅을 해주셨다. 배드신을 즉흥적으로 하면 민망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분명하게 돼 있어서 좋았다. PD님의 그런 배려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박병은은 서예지가 연기한 내연녀 이라엘에 대해 "호감을 갖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3년간 강윤겸의 모든 걸 분석하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지 않나. 강윤겸이 탱고에 빠졌고, 반도네온 등을 좋아하는 걸 다 아는 인물이다. 극 중에서 이라엘이라는 인물은 치명적이라서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이라엘은 강윤겸의 첫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학대를 받고, 상처도 많고, 혼외자로 태어나 처절하게 외롭고 슬픈, 상처가 많은 사람이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다"며 "불륜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강윤겸이 처한 상황에서 충분히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라엘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브'는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파격적인 전개 끝에 복수극의 막을 내렸다. 박병은은 극 중 지옥 같은 상황을 끝내고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병은은 결말에 대해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결말에 만족해요. 결말을 모르고 시작해서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PD님 통해서 작가님께 여쭤봤더니, 대본을 써가면서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촬영 중간중간 계속 여쭤봐도 아직 준비 안 됐다고 하셨어요. 어느 날 갑자기 PD님이 '너 죽을 것 같아'라고 하셔서 '난 죽는구나. 그럼 죽는 연기 플랜으로 짜야겠다' 싶었죠. (웃음) 오롯이 강윤겸이 다 떠안고 가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였던 엔딩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이브'는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던 서예지의 복귀작으로 드라마 시작도 전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핫이슈였다. 이에 대해 박병은은 "서예지가 먼저 캐스팅됐고, 유선이 두 번째로 캐스팅됐다. 그 다음으로 내가 캐스팅됐고, 마지막으로 이상엽이 캐스팅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예지와 관련된)논란은 외적인 문제다. 배우들은 현장에 가면 캐릭터를 맞추고, 극을 잘 이끌어가는 가야 하는 문제만 신경 쓰면 된다. 그건 우리의 문제다"라며 "제가 만약 그런 논란을 의식했더라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논란을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나올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이 작품에만 몰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외적인 문제들은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브'는 박병은의 첫 주연작이다. '첫 주연작인데 부담감이나 떨리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그렇진 않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다 똑같다. 모든 게 다 똑같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나한테는 다 똑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주연이라는 타이틀이 앞에 붙고, 택임감이 따라가지만 그걸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내 성격도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주어진 캐릭터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했다.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더 열심히 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브' 출연 후 주변 반응은 어땠을까. 박병은은 "친한 동생이자 친한 친구인 배우 조인성이 모니터를 해주면서 '어제 14부 좋더라, 그 장면 좋던데?'라고 문자를 보냈다. 너무 고마웠다. 또 부모님이 주위 분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더라. 그게 최고인 것 같다. 하루에 한 번씩 어머니와 통화하는데 '너 약국언니 알지, 약국언니가 어제 너 보고 울었대'라고 말씀하시면서 자랑스러워하더라. 효자가 된 것 같더라"며 작품 종영 이후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박병은은 '이브'로 얻은 수식어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으른 섹시', '중년의 섹시 아이콘' 등 많은 수식어를 붙여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수식어가 평생 가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나면 수식어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너무 감사하다. 나는 이런 반응들이 너무 좋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고, 칭찬해 주니까 그저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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