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우는 올 시즌 대부분 경기를 농군 패션으로 출전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창원, 김건일 기자] 펄럭이는 통 넓은 바지는 민병헌의 상징. 민병헌은 두산 시절부터 통 넓은 바지를 선호해왔다.

그런데 민병헌의 바지가 펄럭이지 않았다. 대신 양말이 무릎 아래까지 올라왔다.

선발투수 김원중은 20살 이후 처음으로 양말을 무릎 아래까지 당겼다. 주장 손아섭도, 4번 타자 이대호도, 그리고 코칭스태프까지. 28일 NC와 경기에서 롯데 선수단은 '농군 패션'으로 통일했다. 항상 농군 패션으로 나서는 전준우를 제외하고 이대호 손아섭 등이 때때로 양말을 당겨 신었으나 선수단 전체가 복장을 통일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최하위에 떨어진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주장 손아섭이 농군 패션을 제안했고 모두 응했다. 투수들은 야수에 비해 복장도 예민할 수 있는 데에도 선발 김원중부터 손승락, 그리고 구승민까지 이날 등판한 모두가 양말을 바짝 올렸다.

김원중은 "(투수이니까) 신경 쓰이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팀 모두가 하기로 하지 않았나"라며 "결속력을 갖고자 모두가 맞췄다. 다들 하나가 돼서 열심히 했다. 그 모습이 나왔다. 좋다. 앞으로 단단한 팀이 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다음에도 농군 패션을 맞춘다면 나도 당연히 하겠다"고 말했다.

▲ 양상문 롯데 감독(왼쪽)이 손아섭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농군 패션으로 나선 롯데는 이날 한층 끈끈해진 경기력으로 NC를 9-4로 눌렀다. 이대호의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포함해 6회에만 6점을 몰아치면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었다. 김원중은 수비 실수에 흔들리지 않고 씩씩하게 7회 1아웃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마무리 구승민은 8회 1아웃에 등판해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스스로 책임졌다.

"이 바지 별로 안 좋아하는데"라고 슬며시 입을 연 민병헌은 "단합 한번 해보자는 의미에서 했다. 어쨌든 이기지 않았나. 내일도 하겠다"고 웃었다.

롯데엔 정규 시즌 90경기가 남아 있다. 민병헌과 카를로스 아수아헤가 돌아오면서 공격에 활기가 생겼고 마운드도 정상화 되고 있다. 박세웅은 재활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반기 내 복귀가 예상된다. 선수단 사이에선 절망보단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이 감돈다.

김원중은 "선수들끼리 '아직 안 끝났다'고, '우린 충분히 힘이 있고 올라갈 수 있는 팀'이라며 열심히 하고 있다. 양말도 올려 보고 끈끈한 팀이 되려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민병헌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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