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 SPOTV 해설위원이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LG-NC전 중계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원, 고봉준 기자
▲ 권혁 SPOTV 해설위원이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LG-NC전 중계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원,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고봉준 기자] 현역 시절 마지막까지 불꽃을 태웠던 ‘투혼의 아이콘’ 권혁(39)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정든 유니폼 대신 반듯한 정장을 입고서다.

2020년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고 홀연히 그라운드를 떠났던 권혁은 올 시즌부터 마이크를 잡고 옛 동료들의 경기를 야구팬들에게 전달한다. KBO리그 중계를 맡고 있는 SPOTV의 해설위원 자격으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연습경기가 열린 4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권혁은 “사실 2020년 말 은퇴한 뒤 지난해에는 주로 아이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가끔 야구를 보기는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가장으로서의 임무에만 충실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간 몇몇 구단에서 지도자 제의가 있기는 했지만, 뜻이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초 해설위원 제안을 받았고, 많은 고민을 하다가 새로운 길을 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권혁이란 이름은 한때 투혼의 상징으로 통했다. 벤치가 부르면 언제든 마운드로 향했고, 자신의 임무를 마칠 때까지 누구보다 힘차게 공을 던졌다.

2002년 포항제철고를 졸업하고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좌완투수 권혁은 권오준, 정현욱, 안지만, 오승환 등과 함께 삼성의 철벽 불펜을 이루며 전성기를 달렸다.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숱하게 맛봤고, 2009년에는 21홀드를 기록하며 생애 첫 타이틀 홀더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선수 생활 말미는 굴곡의 연속이었다. 2015년 FA 계약을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권혁은 같은 해 무려 78경기에서 112이닝 2098구를 던지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선발 등판 한 번 없이 불펜으로만 나가 기록한 숫자. 당시 혹사 논란을 겪기는 했지만, 이때 ‘불꽃 남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재차 각인시키기도 했다.

▲ 2016년 당시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과 권혁. ⓒ스포티비뉴스DB
▲ 2016년 당시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과 권혁. ⓒ스포티비뉴스DB

이후 권혁은 한화에서 2018년까지 뛴 뒤 두산 베어스로 이적해 2020년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통산 성적은 781경기 58승 47패 32세이브 159홀드 평균자책점 3.79(874이닝 368자책점). KBO리그 역대 홀드 2위의 영광과 함께 마운드를 떠났다.

권혁은 “그간 선수로서 얻은 경험과 여러 구단에서 뛰며 알게 된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말로 풀어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아서 해설위원 수락을 놓고 고심했다”면서 “그래도 해설위원이 앞으로 나의 미래를 위해서 좋은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달변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내 지식과 노하우를 야구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길로 접어든 만큼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권혁은 “내가 달변가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평균 3시간 정도를 중계해야 하는 만큼 달변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기본적으로 모니터링과 리허설 과정을 계속 거치고 있다. 또, 스피치도 신경을 쓰고 있다. 따로 말하는 연습을 하면서 정확한 발음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많이 부족한 단계다”고 덧붙였다.

▲ 권혁 SPOTV 해설위원. ⓒ곽혜미 기자
▲ 권혁 SPOTV 해설위원. ⓒ곽혜미 기자

권혁은 3일 창원 LG-NC전을 통해 비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본인의 설명대로 어색한 부분이 많았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경기 흐름을 짚었다는 평가다. 또, 현역 시절에는 쓰지 않았던 안경을 끼고 나와 야구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권혁은 “최근 왼쪽 눈이 급격히 나빠져 안경을 쓰게 됐다. 그러면서 해설위원 이미지가 조금은 강해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짓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앞으로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서 이러한 점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권혁은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이 ‘처음 치고는 잘했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다”면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중계를 하고 싶다. 목청껏 소리 지르지는 못해도 야구팬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때 전달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하겠다”고 해설위원으로서의 각오를 밝힌 뒤 다시 노트를 꺼내들고 빼곡히 적힌 필기 내용을 살펴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