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지용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김지용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오히려 이런 중요한 연장전에 나갈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경기에 나가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두산 베어스 김지용(34)은 지난 10일 1군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 약 2개월 동안 2군에서 지냈다. 2군 16경기 성적은 3세이브, 4홀드, 20⅓이닝, 평균자책점 1.77이었다. 2군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는데, '외면'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질 않았다. 

묵묵히 땀을 흘리며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김지용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뒤 두산과 연봉 6000만원에 계약하고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2019년 시즌을 통째로 쉰 뒤로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 오랜 기간 고생하면서 터득한 건 그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또 묵묵히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김지용은 "시즌 초반에 (1군에) 합류해서 조금 내가 잘 준비하면 기회도 올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2군에 있으면서 조금 힘든 점도 있었다. 계속 놓지 않고 잘 준비했다. 내가 가진 게 직구와 슬라이더인데, 2군에서 그걸 더 정확하게 던지려 노력했다. 그리고 노력하니까 더 정확하게 던지는 게 되더라"고 이야기했다. 

극적인 순간에 기회가 찾아왔다. 김지용은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7-7로 맞선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섰다. 정철원(⅓이닝)-이현승(⅔이닝)-박치국(⅓이닝)-김명신(1⅔이닝)-홍건희(1이닝) 등 필승조를 이미 다 끌어다 쓴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두산 타선은 4-7로 뒤진 8회초 4번타자 김재환이 극적인 동점 3점포를 쏘아 올린 뒤 잠잠했다. 김지용이 무너지면 끝나는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 등판이었다. 김지용은 지난 5월 1일 인천 SSG 랜더스전 이후 1군에 등판한 적이 없어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김지용이 일을 냈다. 박준영-도태훈-김주원을 연달아 뜬공으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끊었다.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1회초 페르난데스와 양석환이 2타점씩 쓸어 담아 11-7로 뒤집은 뒤에도 김지용은 마운드를 지켰다. 박민우-천재환-마티니를 역시나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김지용은 2이닝 22구 무피안타 무4사구 무실점 완벽투로 두산 이적 후 첫 승을 챙겼다. 김지용 개인으로는 2018년 7월 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구원승 이후 1466일 만에 승리였다.  

김지용은 접전 등판 상황과 관련해 "정말 좋았다. 내가 잘 던지면 더 돋보일 수 있지 않나. 더군다나 이런 중요한 연장전에 나갈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 나가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다. 일단 2이닝 무실점에 승리투수가 됐으니까. 어필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마운드에서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김지용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욕심을 안 부리고 더 정확하게 던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두산 동료들은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끈 구세주에게 박수를 보냈다. 결승타를 친 페르난데스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지용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고, LG 시절부터 동료였던 양석환은 "나이스 피칭"을 외쳤다. 마무리투수 홍건희 역시 자신을 대신해 뒷문을 닫아준 김지용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지용의 남은 시즌 바람은 소박하면서도 울림이 있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마운드에 불러주시면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밖에 없다. 그냥 많이 던지고 싶다. 홀드, 세이브, 승리 같은 기록은 다 해봤다. 많이 던지는 것, 그것 하나"라며 날마다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더 행복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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