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의 나라로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임상수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 '행복의 나라로'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돈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두 남자의 여정에 가볍게 녹여낸 인상적인 작품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영화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가 6일 오후 1시 30분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행복의 나라로'는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최민식)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박해일)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인생의 화려한 엔딩을 꿈꾸며 특별한 동행을 하는 이야기다. 2020년 제73회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으며, 11월 개막하는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개막작으로 선정돼 관객들과 처음으로 만난다.

영화는 경찰에 쫓기는 두 남자의 모습을 시작으로 이들이 만나기 전의 사연, 그리고 만난 이후의 짧은 여정을 담는다. 출소 후 딸을 만나는 날만 기다리던 203은 뇌종양으로 2주 시한부 판정을 받고 탈옥을 결심한다. 월 30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며 약을 훔쳐 연명 중인 희귀병 환자 남식은 의도치 않게 그와 함께 도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윤여사(윤여정)에게로 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게 되고 경찰과 윤여사 일당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서로의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목숨을 건 도주를 함께하는 두 사람은 거액의 돈을 물 쓰듯이 쓰며 즐거운 도피행각을 이어간다. 죽을 날을 앞둔 203은 눈에 밟히는 딸,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함께할 바다를 위해, 남식은 안정적으로 생을 연명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인 돈을 위해 악착같이 버텨낸다. 이런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끈끈한 정을 쌓게 되고, 진한 브로맨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상적인 점은 돈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유쾌한 영화 전반의 분위기다. 쫓기되 다급하지 않고, 무거운 주제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심각한 상황이지만 불안하진 않다.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 사운드를 더해 소동극 느낌으로 연출했다. 뇌종양 환자 역의 최민식이 혼신의 발작 연기를 펼치는 순간들 역시 유머러스한 장면으로 승화시키며 '웃픈'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 전반을 따뜻하게 감싸는 사운드 트랙들은 이들의 여정을 더욱 흥겹게 만들어준다.

▲ 박해일(왼쪽), 최민식. 출처ㅣ행복의 나라로 스틸

명불허전의 최민식이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느껴지는 소름 돋는 열연으로 신을 압도했다면, 박해일은 담백한 비주얼과 연기로 강렬한 최민식의 캐릭터에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자칫하면 203의 에너지에 밀릴 수 있음에도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짠하면서도 애틋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짧지만 인상적인 윤여정과 이엘의 모녀 호흡도 돋보인다. 특히 윤여정은 침대에 누운 모습으로 몇 컷 등장할 뿐이지만, 단 몇 줄의 대사로도 선명한 캐릭터로 강렬한 에너지를 보여주며 대체불가의 아우라를 뽐낸다.

이렇듯 비극 속에서도 소소하게 행복한 두 남자를 따라가며 어느덧 여정의 끝에 다다르게 되는데 헛헛함과 더불어 후련함, 포근함 등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이어진다. 관객들 역시 203을 떠나보내는 남식처럼 따뜻하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듯 하다.

개봉일 미정,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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