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주장 염기훈 ⓒ한국프로축구연맹

| '한국 나이 37세' 염기훈, 기록 파괴+영역 파괴하는 '프리킥 전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고종수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몸이 틀어졌다. 밀어라."

염기훈(36, 수원 삼성)이 자신의 프로 통산 70번째 골을 장기인 왼발 프리킥으로 작렬했다. 지난 7일 오후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 2019 6라운드 경기 후반 추가 시간에 2-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 득점으로 프로 통산 70골 104도움으로 K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70-70클럽(70골 이상, 70도움 이상 동시 달성)'에 가입한 선수가 됐다.

격전 이후 이틀의 휴일을 받은 염기훈의 목소리는 밝았다.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염기훈은 "해결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경기를 뛰면서 조금씩 의식이 됐어요. 언제될지 몰라서 고민도 했고. 생각보다 빨리 이뤄서 다행이러고 생각합니다"라며 기록이 신경쓰였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염기훈은 70-70클럽 달성의 순간을 묻자 여러 차례 "좋았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너무 좋았어요. 원정 경기인데도 팬분들이 많이 와주셨고, 달려가서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강원도 산불 문제 때문에 자제했어요. 항상 골을 넣으면 프리킥으로 넣는 것이 가장 좋아요. 정말 좋았습니다."

염기훈은 이날 득점으로 2019시즌 3호골을 넣었다. 앞선 두 골은 페널티킥으로 성공시켰다. 기록을 위해 밀어준 것은 아니다. 팀 내 가장 확실한 키커였다. 그래도 역사적인 70번째 골은 프리킥이길 바랐다. 염기훈은 왼발로 통하는 선수다. K리그 최고의 프리키커다. 결정적인 순간에 왼발이 빛을 발했다.

▲ 강원전에 70-70클럽에 가입한 염기훈 ⓒ한국프로축구연맹

◆ 끊임없는 단련, 고종수의 조언, 동료들의 응원

염기훈이라고 프리킥 득점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꾸준히 단련한 결과다. 염기훈의 프리킥포 부활 배경에는 주변의 도움도 있었다. 수원의 선배이자 코치였던 고종수 대전 시티즌 감독이 연초 염기훈이 고전하자 전화를 거러 힌트를 주기도 했다.

"시합 전에 꾸준히 차고 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프리킥 연습을 합니다. 3연패를 할 때 하나도 못 넣었는데, 고종수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몸이 틀어졌다. 밀어라. 여러 방향으로 차라. 다양하게 차라. 그렇게 잡아주시니까 저도 다시 가다듬었어요. 다른 팀에 가셨지만 연락해주셔서 감사하죠."

염기훈은 상주상무와 5라운드 경기에 이미 프리킥으로 득점에 근접한 장면을 만들었다. 골문 상단 구석을 예리하게 노렸던 슈팅을 골키퍼 윤보상이 선방했다. 이 장면으로 자신감과 자극을 동시에 얻었다. 바로 다음 경기에 득점했다.

"(상주전에) 차고 나서 들어갔다고 생각했어요. 선수들이 이제 영점 조준이 됐다고 말해줘서 큰 힘이 됐어요. 결국 넣어서 너무 좋았죠. 제일 자신있는게 프리킥이니까요."

염기훈은 프리킥의 달인으로 꼽힌다. 70-70클럽 가입에 성공한 염기훈의 2019시즌 다음 목표는 한 시즌 최다 프리킥 득점 개인 기록이다. 물론, 개인 기록만을 위해 경기하는 것은 아니다. 염기훈은 수원의 주장이자 에이스다. 염기훈의 왼발이 위협적일 수록, 상대 수비를 전술적으로 흔들 가능성도 커진다. 

"한 시즌 최다 프리킥 골이 4골이에요. 그걸 넘고 싶어요. 프리킥이 나면 상대가 더 위협적으로 느끼게, 프리킥 기회를 안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요. 어려운 경기에서 세트피스가 더더욱 중요하잖아요."

*염기훈 시즌별 프리킥 득점 기록
2008년 (1골), 2011년(1골), 2013년(1골), 2014년(2골), 2015년(3골), 2016년(1골), 2017년(2골), 2018년(4골), 2019년(1골, 진행 중)

▲ 알고도 못 막는 염기훈의 왼발 ⓒ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의 기록 제조기, 프리킥의 전설

지금과 같은 기세와 예리함이라면 염기훈이 올 시즌 프리킥으로만 5골을 넣는 것이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 염기훈은 현재 K리그 통산 프리킥 득점 2위(16골)에 올라 있다. 1위는 에닝요(17골)다. 염기훈은 프리킥으로 두 골을 추가하면 신기록을 세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K리그 역대 한 시즌 프리킥 최다 골 기록
6골 - 안드레(2000년, 현 대구 감독), 뽀뽀(2006년)
5골 - 고종수(2001년)
4골 - 고창현, 김형범(2회),따바레즈, 에닝요(2회), 신태용, 염기훈, 이천수

시즌 개막 후 3연패를 당하며 위기론을 겪은 수원은 최근 3연속 무패(2승 1무)를 기록하며 중위권으로 도약했다. 염기훈은 수원이 넣은 7골 중 3골을 책임졌다. 하지만 자신의 골보다 수비 안정이 최근 반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수비라인이 안정된 것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해요. 3연패할 때 8실점을 했어요. 수비가 바뀐 뒤로 3경기에서 1경기만 실점했어요. 포백이 안정된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37세에도 염기훈은 성장한다

염기훈은 올해 한국 나이로 37세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성기의 예리함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2선과 중원에서 경기를 운영하고 풀어가는 능력은 한층 더 발전하고 있다. 프리킥 상황뿐 아니라 공격 전개시 볼 배급, 스루패스 등 영향력이 커졌다. 

그동안 전방과 측면에서 주로 뛰던 염기훈은 이제 중앙 미드필더나 플레이메이커 영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일반적인 선수들의 은퇴 연령이 지난 시점에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염기훈은 여러 포지션을 경험하면서 경기를 이해하는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선수를 하면서 포워드는 봤지만 미드필더는 본 적이 없어요. 미드필더 선수들이 힘든 부분을 알게 됐죠. 공격에 있을 때 왜 공을 못주지라고 생각했는데,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부족한 것을 알게 됐어요. 미드필더로 경험한 것이 내가 공격에 있을 때 어떻게 움직이면 좋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더라고요. 미드필더를 경험하면서 37세의 나이에도 더 발전한다는 것을 느껴요. 또 하나를 알게 된 거죠."

한계를 모르는 염기훈은 수원의 레전드를 넘어 K리그 전체의 이상향이 될 수 있는 행보를 걷고 있다. 

"많은 베테랑들이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자. 열심히 해야 따라온다. 솔선수범하자는 마음이 오래갈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몸 관리하고, 자제하고. 그래서 이렇게 길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염기훈은 K리그와 수원 그 자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최대한 오래 뛰고 싶어요. 몸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래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언제까지 하겠다는 것을 정하지는 않았어요. 최대한 오래 프로 선수로 뛰고 싶습니다."

그런 염기훈에게도, 조카뻘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의 교감과 소통은 쉽지 않다. 다시 수원의 주장 완장을 찬 염기훈은 담백한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린 선수들이 저를 불편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질문할 때도 쭈뼛쭈뼛하고. 최대한 가까이 가려고 하는 데 아무래도 생각이 다르더라고요. 평상 시에 먼저 장난도 치려고 하고, 자신감도 넣어주려고 해요. 큰 실수는 따끔하게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괜찮다고 얘기하고, 편안하게 해주려고 해요. 나이 차이는 어려운 것 같아요. 최대한 지켜보고 꼭 필요한 말만 해주려고 해요."

여전히 수원은 '염기훈 팀'이다. 수원이 염기훈이고, 염기훈이 수원인 단계에 이르렀다. 염기훈은 팬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팬들에게는 항상 죄송해요. 믿고 기다려주셨는데 부응하지 못했으니까요.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신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거 계속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3연패를 하고 나서도 많은 팬들이 와주셔서 고마웠어요. 팬들이 기쁘려면 승리해야 합니다. 이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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