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박민우 ⓒ 연합뉴스
▲ NC 다이노스 박민우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민경 기자] "고민했죠."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은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내야수 서호철(26)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서호철이 3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포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10-6 역전승을 이끈 다음 날이었다. 

평소라면 주저 없이 2루수로 서호철을 적었겠지만, 이날은 상황이 달랐다. 박민우(28), 이명기(35), 권희동(32)이 복귀한 탓이다. 세 선수는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술자리를 가져 KBO로부터 72경기, NC 구단으로부터 2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자숙하다 올해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감각을 익히며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3일을 끝으로 97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모두 끝나자 4일 곧바로 1군에 합류했다. 

지금까지 커리어를 기준으로 삼으면 서호철은 박민우를 밀어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박민우는 국가대표로 활약한 2루수다. KBO리그 통산 타율 0.326(3331타수 1085안타)로 3000타석 이상 들어선 현역 선수 가운데 3위다. 징계 전까지 빼어난 콘택트 능력과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상위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수비도 2014년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안정감을 더했다. 

서호철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밟은 선수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주목받았는데, 1군 투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타율 0.246(65타수 16안타), OPS 0.607, 1홈런, 6타점에 그치며 기회가 열려 있을 때 주전급으로 확실히 입지를 굳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2루수를 비롯해 3루수와 1루수도 가능하긴 하지만, 수비 경험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사령탑은 당연하게도 박민우가 복귀하자마자 1번타자 2루수로 기용했다. 이 감독은 "서호철로 계속 가야할까 고민했다. 박준영이냐 서호철이냐 였다. 서호철은 2, 3루가 가능한데, 노진혁이 시즌 초반에 빠졌다가 들어오면서 유격수보다는 3루수로 나가다 보니까. 박준영이 유격수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루수 박민우는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박민우는 경기에 앞서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면서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많이 해와서 몸 상태는 괜찮다. 그사이 팀에 새로운 선수들도 많이 왔는데, 이른 시일 안에 같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박민우는 복귀전에서 고전했다. 박민우는 5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경기 내내 침묵했다. 이 감독은 좀처럼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박민우를 교체할 수도 있었지만, 경기 끝까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전날 수훈선수였던 서호철은 대타로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켰다. 팀은 5-11로 역전패했다. 

박민우가 말도 안 되게 방망이가 맞지 않는 이상 2루수로 계속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서호철을 비롯한 젊은 내야수들에게는 절실한 한자리를 차지한 만큼 그에 맞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할 때다. 

박민우는 복귀전을 앞두고 "미안한 생각밖에 안 들었다. 팀원들이 우리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을 다 안고 가야 해서 미안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복귀를 준비하면서 아무래도 팀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보면서 미안하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많이 준비했다"고 했다. 

부정적인 시선을 안고 돌아온 만큼 박민우는 지금 차지한 자리가 정당한 이유를 계속해서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벤치로 밀려난 선수들도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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