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 곽혜미 기자

한국의 2016년은 극심한 소용돌이 속에 새로운 시대를 연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한국 체육도 같은 길을 걸었다. 태풍의 눈이었다. 그러나 큰 피해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야구와 축구 등 각 종목은 변함없는 사랑 속에 소중한 싹을 키웠다. 바둑발 '알파고 신드롬' 속에서 인간과 기계, 스포츠의 정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스포티비뉴스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국 스포츠의 2016년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한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의 진원지는 승마를 진앙으로 한 스포츠계였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파문을 일으킨 최순실 씨의 최측근들이 체육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권에 개입했고, 체육계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최순실 씨의 권력에 힘입어 체육계를 장악한 이들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 그리고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씨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만천하에 드러나며 이들이 일으킨 사건과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리고 자의든 타이든 이 사건에 휘말린 스포츠 스타들도 제각기 견해를 밝히는 등 노심초사했다.

'여름 소년 겨울 소녀'로 국민의 뜨거운 지지를 얻은 박태환(27)과 김연아(26)는 박근혜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의혹을 받았다. 차은택 씨가 주도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 연세대)와 '뜀틀의 신' 양학선(23, 한체대)은 입방아에 올랐다.

오랫동안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으로 활약한 이규혁(38, 스포츠토토) 감독은 장시호 씨와 관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 박태환 ⓒ 한희재 기자

정부의 미운털 의혹을 받은 박태환과 김연아

박태환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이유는 대한체육회의 국가 대표 선발 규정 때문이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였다. 1년 6개월 선수 자격 정지를 받은 그는 지난 4월 선수 자격을 되찾았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규정은 다시 한번 박태환의 발목을 잡았다. 도핑 관련자는 징계 만료일로부터 3년이 지나야 국가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박태환은 지난달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4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그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박태환 측은 지난 5월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김 전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어 "계속 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한다면 불이익을 주겠다. 은퇴 후 모교(단국대) 교수도 해야 할 것 아니냐"는 압력까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박태환 측은 증거로 김 전 차관과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중요한 점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은 해당 규정이 2013년 10월 김 전 차관이 부임하면서 바뀌었다는 점이다.

김연아는 차은택 씨가 주도했던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행사 참석을 거절한 후 정부에 미움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김 전 차관은 "난 김연아를 참 안 좋아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와 김연아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돌며 의혹이 남는 증거들도 쏟아졌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김연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잡으려는 손을 뿌리쳤다는 동영상이다.

김연아와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이에 대해 해명했다. 김연아는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년 스포츠 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했다. 이 행사를 마친 김연아는 별도의 기자 회견을 열었다.

▲ 김연아(오른쪽)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곽혜미 기자

이 자리에서 김연아는 "저는 그런 행사(늘품체조 시연회)가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며 입을 열었다. 전혀 몰랐던 행사가 갑자기 크게 터진 점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표정도 읽을 수 있었다. 이어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손을 뿌리쳤다는 동영상에 대해서는 "원래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그 자리가 제 자리가 아니었다. 또한 생방송이었기에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며 "제가 아무리 버릇이 없다고 해도 대통령의 손을 회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소속사 측은 "늘품체조 행사 요청을 받았지만 당시 참석해야 할 행사 스케줄이 빡빡했다. 김연아는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 대사인 만큼 이와 관련된 행사 참여가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김연아가 불이익을 받았다고는 느끼지 않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늘품체조 행사 참여로 곤욕을 치른 손연재, 장시호 씨와 관계로 의혹을 받은 이규혁

리듬체조 선수인 손연재와 기계체조 선수인 양학선은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대한체조협회의 요청을 받고 행사장에 나갔다. 현역 선수인 이들이 협회의 요청을 거절할 명분은 없다. 손연재는 이 행사에 참여했기 때문에 현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손연재는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체육상에서 2014년 최우수상, 2015년 최우수상, 2016년 대상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대상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주어졌다. 올림픽 메달이 없는 손연재가 대상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 의혹은 점점 커졌다.

또한 손연재가 다녔던 병원 가운데 한 병원이 박 대통령이 단골로 찾던 곳이었다. 이런 사실이 인터넷에 나돌며 손연재가 현 정부의 특혜를 받은 선수라는 추측이 나왔다. 평소 악플러들로 고생했던 손연재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손연재의 소속사 갤럭시아에스엠은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은 국가적 체조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대한체조협회와 문체부의 요청을 받고 참석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조 선수로 선의를 갖고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병원 의혹에 대해서는 "체조 선수들은 건강 문제로 이 병원뿐만이 아니라 재활 병원과 한방 병원 등 여러 의료 기관에 다닌다. 이 병원에는 2014년 초 처음 방문했고 검진과 약 처방을 정상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 손연재 ⓒ 곽혜미 기자

손연재의 소속사는 대한체육회에서 주는 대상 수상자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갤럭시아에스엠은 "체육대상은 전년도에 활약한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에게 상을 준다. 손연재는 2015년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땄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제7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땄다. 대상 후보로 손색없는 활약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도 "대상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손연재는 2015년에 뛰어난 성적을 올렸기에 충분히 수상자 자격이 됐다"고 밝혔다.

이규혁 감독은 장시호 씨와 관계에 대해 따가운 논총을 받았다. 이 감독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이사로 있다. 이 기관의 설립 과정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장시호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후 "시호라는 이름은 낯설다. 유진(장시호의 개명 전 이름)은 중학교 후배다"고 말했다. 

이 감독과 장시호 씨의 관계가 의혹을 받는 이유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창립 과정 때문이다. 이 기관의 창립을 주도한 이는 장 씨다. 그는 김 전 차관의 도움을 받았고 1년간 6억 7,000만 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삼성 쪽으로부터 16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장 씨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장 씨는 이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려 두 사람 친분이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