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맹봉주 기자] "이 얘기를 하면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이 나를 욕하겠지만, 저를 욕하고 바꿔줬으면 좋겠습니다."
경기 수 얘기가 나오자 최준용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1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최준용은 SK 승리를 이끈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그런 최준용에게 "SK는 이날 포함 9일 동안 6경기를 치른다. 선수단이 느끼는 체력적인 부담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최준용은 "KBL엔 10개 팀밖에 없는데 54경기나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경기 수가 너무 많다. 스케줄이 정말 빡빡하다. 선수 보호는 생각 안 하고 일정을 잡는다. 이러니 시즌 후반이 되면 항상 부상선수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평소 성격처럼 거침이 없었다. 최근 경기 중 발목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은 전주 KCC의 허웅을 포함해 계속해서 나오는 부상선수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선수들이 안 다쳤으면 좋겠다. 1년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시즌을 준비했는데, 다쳐버리면 심적으로 정말 힘들다. 계속 다치는 선수가 나오니까 힘이 든다. KBL이 이런 점들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기사가 나가면)KBL은 나를 욕하겠지만, 욕하고 바꿔줬으면 좋겠다.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54경기를 치르는 건 말도 안 된다."
최준용의 말처럼 KBL은 세계적으로 봐도 경기 수가 지나치게 많다. 한국보다 정규 시즌 경기가 많은 리그는 82경기를 소화하는 NBA(미국프로농구), 60경기를 치르는 일본 B.리그 뿐이다.
다만 NBA는 백투백 두 번째 경기에서 주전들을 빼는 등 구단 차원에서 선수 관리가 철저하다. 일본은 일주일에 한 팀이 치르는 경기 수가 제한되어 있다. 당장의 성적 때문에 매경기 전력을 다하고, 경기 일정이 촘촘한 한국이 선수들의 피로도가 더 높다.
경기 수 논란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오히려 KBL 컵대회와 동아시아 슈퍼리그의 창설로 1년 기준 선수들이 뛰어야 하는 경기 수는 늘어났다.
프로농구 현장에선 오래 전부터 경기 수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쉴 틈 없는 경기 일정 때문에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져 부상 위험에 노출되고, 시즌 막판만 가면 경기력은 곤두박질 친다. 요즘엔 농구팬들 사이에서도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준용은 "우리 팀뿐 아니라 다른 팀들도 백투백에 퐁당퐁당 경기가 많다. 컵대회가 끝나면 바로 시즌이 개막하고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뛰면 두 달 쉬고 다시 운동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훈련량도 적은 편이 아니지 않나. 다치는 선수들 생각을 안 한다. 정신력 싸움이라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몸을 혹사시키면서 해야 하나 싶다. 안 다쳤으면 좋겠다"며 다시 한 번 과도한 경기 수로 인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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