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2012년까지 뛰었다. 전성기였다. ‘두 개의 심장’ '세 개의 폐' ‘산소 탱크’로 불리며 올드 트래포드 구석구석을 누볐다.
맨유 팬들은 박지성 응원가를 만들었다. 골을 넣고 태클로 공 소유권을 되찾고 상대를 끝까지 쫓아가 공격 속도를 늦출 때마다 쩌렁쩌렁 응원가가 울렸다.
“박~ 박~ 네가 어디 있든 너희 나라에선 개고기를 먹지. 그래도 임대주택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는 낫지”란 노래다. 박지성 활약에 응답하면서 숙적 리버풀까지 겨냥했다. 일명 ‘개고기 송’이다.
소수 의견이긴 하나 당시에도 논란이 좀 일었다. 타국 타 구단에 대한 비하를 담고 있던 탓이다. 어느 매체에선 최악의 응원가로 꼽히기도 했다.
황희찬(25, 울버햄튼 원더러스)은 지난 8월 30일(이하 한국 시간) 영국 울버햄튼 몰리뉴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 경기에 앞서 입단식을 치렀다. 이때 원정 응원을 온 맨유 팬들이 황희찬을 향해 ‘개고기 송’을 불렀다.
상대 팀이지만 구단 레전드 박지성과 같은 국적 공격수를 환영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박지성은 고개를 저었다. 지난 4일 맨유 팟캐스트에 출연해 "개고기 송을 멈춰 달라" 호소했다.
15년 전에는 팬들이 만든 응원가가 고마워 내용이 다소 불편해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리버풀 내용은 영국에 한정된 고정관념"이고 "개 식용 언급은 한국인에 대한 인종적 모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응원가를 이젠 멈출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출전을 위해 귀국한 황희찬도 선배 의견에 동의했다.
5일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한 비대면 인터뷰에서 개고기 송을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지성 선배님 생각에 100% 동의한다. (개고기 송은) 한국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가 아니"라고 힘줘 말했다.
2021년이다. 박지성이 은퇴한 지 7년이 흘렀다. 손흥민 황희찬이 뛰는 시대는 그때와 또 다르다.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는 “맨유 팬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시간"이라며 "박지성의 울림 있는 호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적었다. 박지성의 말처럼 한국에는 "BTS와 넷플릭스 드라마 등 훨씬 다양한 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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