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가 친정 두산 베어스 선수단과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 연합뉴스
▲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가 친정 두산 베어스 선수단과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떨려서 오른쪽(두산 더그아웃과 홈관중석 방향)으로 고개도 못 돌렸다. 두산 팬과 선수들을 보는데 울컥하고 감사했다."

NC 다이노스 안방마님 양의지가 5일 잠실야구장에서 처음 친정 두산 베어스와 마주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양의지는 지난해 12월 NC와 4년 125억 원 FA 계약을 맺으면서 12년을 함께한 두산과 이별을 고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양의지와 적으로 처음 만나는 기분을 묻자 "글쎄…"라고 답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아무렇지 않진 않을 것 같다. 낯설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을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알고 있을 건데, 우리 타자들이 의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의지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두산이 고등학생 양의지에 관심을 보일 때 직접 찾아가 경기를 본 뒤 스카우트팀에 추천한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취재진이 양의지가 두산 선수들에게 농담을 던지며 심리전을 펼칠 것 같은지 묻자 "그러겠지, 누가 가르쳤는데"라고 답하며 껄껄 웃었다.

경기 전 훈련을 마친 양의지는 친정 식구들을 찾았다. 구단 사무실을 찾아 직접 준비한 쿠키를 돌렸고, 김 감독을 찾아 따로 대화를 나눴다. 유희관 허경민 박세혁 박건우 오재일 등 라커룸에 있던 두산 선수들과 오랜만에 다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NC가 1-0으로 앞선 2회 선두 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선 양의지는 3차례 고개를 숙였다. 가장 먼저 1루를 향해 인사했다. 2006년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지난해까지 아낌없는 사랑을 준 팬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홈플레이트 뒤를 바라보고 한번 더 인사한 양의지는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고개를 숙였다. 12년 동안 함께한 동료들을 향한 인사였다.

천하의 양의지도 친정 팀과 첫 경기는 긴장됐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두산 타자들에게 농담은 커녕 말도 걸기 힘들었다고 한다. 양의지는 "일부러 더 이야기를 안 한 것 같다. 긴장해서 말이 안 나오더라. 내일(6일)부터는 말을 많이 해볼까 싶기도 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 양의지(왼쪽)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친 뒤 두산 2루수 오재원에게 악수를 청했다. ⓒ 연합뉴스
▲ 두산 유격수 김재호(왼쪽)가 2루에서 양의지를 반갑게(?) 맞이했다. ⓒ 연합뉴스
긴장해도 경기력은 그대로였다. 양의지는 첫 타석부터 2루타를 날리며 NC 팬들은 물론 두산 팬들의 박수까지 받았다. 양의지는 1루 관중석에서 환호가 나왔을 때 울컥했다고 한다. 2루에 도착한 그는 유격수 김재호, 2루수 오재원과 인사를 나누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 모창민의 중견수 앞 적시타에 힘입어 홈을 밟았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두산 선발투수 이용찬의 공 12개를 본 뒤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포수 마스크를 쓴 7이닝 동안 양의지는 선발투수 드류 루친스키의 무실점 투구를 리드했다. 루친스키는 앞선 2경기에서 4사구 13개를 남발했던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을 기록하며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양의지는 "루친스키의 구위가 워낙 좋아서 그냥 가운데로 많이 던지게 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양의지는 팀의 7-3 승리에 힘을 보태 만족했다. 그는 "두산은 강팀이니까 경기력이 좋아지면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이다. 한 번은 이기고 가고 싶었는데 이겨서 다행"이라며 남은 부담감마저 털고 시리즈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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