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아시아계의 자부심이 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미 대중지 ‘더 링어’는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올스타전을 앞두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당시, 독특한 분석을 내놨다. 오타니의 활약이 비단 그라운드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의 인종차별은 잊을 만하면 이슈가 된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만, 흑인·히스패닉·동양인에 대해 일부 백인들이 우월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 인종차별이 더 심해졌다는 게 ‘더 링어’의 진단이었다. 

‘더 링어’는 일부 미국인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첫 번째로 대유행한 것을 들어 동양인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경향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타니의 맹활약이 이런 현상을 완화하는 몫을 하고 있다며 문화적인 아이콘의 힘을 높게 평가했다. 

일본 출신의 오타니가 MLB에서 말 그대로 ‘꿈의 야구’를 펼치면서 아시아의 자부심을 높이는 동시에 아시아계에 대한 무시 현상을 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MLB를 비롯한 미 프로 4대 스포츠에서 이처럼 화제를 일으킨 동양인 선수는 없었다.

오타니의 힘은 18일(한국시간)에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오타니는 18일 디트로이트와 경기에 선발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안타 1개, 볼넷 3개를 기록하며 4출루 맹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경기 중계를 맡은 ‘밸리스포츠’의 해설가 잭 모리스가 논란을 일으켰다.

모리스는 6회 오타니의 타석 도중 캐스터가 “오타니를 상대로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라고 질문하자 “매우, 매우 신중하게(Be very very carefully)”라고 답했다. 뜻 자체는 문제가 없었는데, 모리스가 이 단어를 이상하게 읽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아무래도 영어에 능통하지 못한 아시아인 특유의 억양을 흉내 냈기 때문이다. 

당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난리가 났고, 모리스는 경기 막판인 9회 ‘급사과’를 해야 했다. 모리스는 “아시아인 커뮤니티가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불쾌한 생각을 들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면서 “나는 이 선수(오타니)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고, 이 선수를 비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급히 진화했다.

모리스는 1977년 디트로이트에서 MLB에 데뷔해 1994년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통산 254승을 거둔 대투수로, 2018년 베테랑 위원회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하지만 오타니를 조롱한 대가는 컸다. ‘밸리스포츠’는 19일 긴급 성명을 내고 모리스를 무기한 출연 정지 처분한다고 밝혔다. ‘밸리스포츠’는 "그의 발언이 미치는 영향과 그가 어떻게 다양한 사회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교육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편견이나 차별에 대한 무관용 방침을 가지고 있다. 그의 무감각한 발언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친정인 디트로이트조차 "어제 방송 중 잭 모리스가 한 말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공개적인 성명을 내면서 방송사의 징계에 환영한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레딧’이나 SNS 등 현지 커뮤니티에서는 “오타니니까 그런 사과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선수였다면 그런 질문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해도 반발의 강도도 낮았을 것이며, 모리스가 사과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이 방송계와 현지 팬들의 인종차별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오타니가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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