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펼쳐진 5차례의 덕아웃 시리즈는 전쟁이었다.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라이벌 의식 속에 선수단은 물론 팬들도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그 중 두산이 3차례 승리했고, LG가 2차례 이겼다.
준PO 무대만 따지면 LG가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우위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두산이 3차례 시리즈를 모두 이겼다. 이번 준PO에서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지을까.
◆1993년 준PO=LG 2승1패(●×●) OB
양 팀은 정규시즌에서 9승9패로 팽팽한 전적을 안고 처음 포스트시즌에서 격돌했다. 1차전 선발투수는 LG 김태원과 OB 김상진. 양 팀의 안타수 5-5가 말해주듯 팽팽한 접전이었다. 결국 LG가 2-1로 OB를 꺾고 양 팀의 역사적 첫 덕아웃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했다. 2차전에서는 OB가 4회초 이명수의 적시타로 김형석을 불러들여 1-0으로 승리해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3차전에서 LG는 시즌 내내 선발로 한 번도 나서지 않은 김용수를 내세웠고, OB는 백전노장 박철순으로 맞불을 놓았다. 1-1 동점에서 양 팀 선발이 물러난 가운데 OB는 5회말 1990년 LG에서 트레이드해온 김상호의 솔로홈런으로 2-1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LG는 패색이 짙어가던 8회말 OB 마무리투수 김경원을 상대로 2사 1·2루서 김상훈의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뒤 김동수의 좌전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구원 등판한 김상진을 상대로 박준태의 우전 적시타, 노찬엽의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이어지면서 5-1로 승리했다. LG는 사상 최초 덕아웃 시리즈에서 2승1패의 전적으로 PO 무대에 올랐다.
◆1998년 준PO=LG 2승0패(●●) OB
외국인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8년. LG는 일찌감치 3위를 확정한 반면, OB는 막판 8연승의 기적 속에 정규시즌 4위로 준PO행 열차에 탑승했다.
1차전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OB에 3-6으로 끌려가던 LG는 8회말 6-6 동점을 만들었고, 6-7로 뒤진 9회말에는 1사만루서 김동수의 내야땅볼로 7-7 동점에 성공했다. 운명의 10회말. 1사 2루서 김재현의 땅볼을 OB 외국인 2루수 에드가 캐세레스가 뒤로 빠뜨리는 끝내기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1차전을 8-7로 승리한 LG는 2차전에서 방망이가 폭발하면서 14-5로 대승해 PO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00년 PO=두산 4승2패(×●×●●●) LG
양대리그로 치러진 가운데 매직리그 1위 LG와 드림리그 2위 두산은 사상 처음 PO 무대에서 격돌했다. 1차전에서 LG는 1-2로 뒤진 9회말 무사 2·3루에서 유지현의 내야땅볼로 동점을 만든 뒤 진필중의 끝내기 폭투로 행운의 역전승을 거뒀다. 1987년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최일언이 끝내기 폭투를 범한 데 이어 KBO 포스트시즌 사상 역대 2호 끝내기 폭투. 2차전에서 OB는 김동주가 4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하면서 5-3으로 이기며 1승1패를 마크했다. 이어 3차전에서는 LG가 안병원의 6.1이닝 무실점 호투와 김재현의 솔로홈런 등으로 4-2로 승리했다.
열세에 놓인 두산은 비로 꿀맛 같은 하루 휴식을 취하면서 4차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회말 심정수의 선제 3점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뒤 조계현의 6.2이닝 무실점 역투로 5-1로 이기며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이어 5차전에서 0-1로 끌려가던 8회말 타이론 우즈의 동점 적시타와 심정수의 2점홈런으로 3-1로 역전승했고, 6차전에서도 역전승으로 미러클 두산의 힘을 과시했다. 3-4로 뒤진 9회말 2사 후 LG가 김용수를 내리고 장문석을 등판시키자 안경현이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때려냈고, 연장 11회초 심정수가 다시 장문석을 상대로 결승 솔로포를 터뜨려 5-4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드라마를 썼다.
◆2013년 PO=두산 3승1패(●×●●●)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10년간 이어진 암흑기를 끝내고 유광점퍼를 입고 가을 무대를 맞이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과 혈전을 벌인 뒤 PO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오랜 만에 가을 무대에 오른 LG는 1차전에서 허둥지둥하며 승기를 내줬다. 정성훈의 결정적 실책 2개가 뼈아팠다. 이를 틈타 두산은 선발투수 노경은의 6이닝 2실점 호투 속에 4-2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2차전에서는 LG가 레다메스 리즈의 8이닝 1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역투와 봉중근의 마무리로 2-0으로 승리하며 1승1패를 만들었다.
승부의 고비가 된 3차전에서 LG는 1회 선취점을 올렸지만 다시 실책 4개로 자멸했다. 특히 3회에만 3개의 실책을 범하면서 흐름을 내줬다. 반면 호수비의 향연을 펼친 두산은 5-4로 승리하며 2승1패로 앞서나갔다. 기세가 오른 두산은 4차전에서 2-1로 앞선 8회말 대타 최준석의 홈런 등으로 3점을 뽑아 5-1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2020년 준PO=두산 2승0패(●●) LG
2013년 이후 7년 만의 가을 무대 격돌. 2015년부터 왕조를 구축한 두산은 정규시즌 최종일에 3위를 확정했다. 반면 정규시즌에서 2위를 달리며 호시탐탐 1위를 노리던 LG는 마지막 2경기를 패하면서 4위로 떨어졌고,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연장 13회 혈투를 치러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준PO 무대를 시작했다.
1차전에서 두산은 나흘간 휴식을 취한 외국인투수 크리스 플렉센을 선발로 낙점했지만, LG는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소모해 신인 이민호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산은 1회 시작하자마자 허경민의 사구와 호세 페르난데스의 2점 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뒤 4회말과 6회말 오재원의 연이은 적시타로 4-0으로 승리했다. 플렉센은 6이닝 동안 포스트시즌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인 11K를 솎아내며 4안타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2차전에서 두산은 1-0으로 앞선 4회초 대거 7득점하며 사실상 승기를 틀어쥐는 듯했다. 그러나 LG의 뒷심도 매서웠다. 4회말 로베르토 라모스와 채은성의 백투백 홈런을 시작으로 추격전을 펼치며 7-8까지 따라붙었다. 결국 두산이 전쟁 같은 혈전을 9-7로 마무리하며 PO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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