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김건일 기자] 왕성한 활동량과 연계 능력, 그리고 190cm 큰 키에 찰랑거리는 긴 머리까지.
인천 팬들은 김현을 '인천의 즐라탄'이라고 부른다.
성남과 2차전은 왜 김현이 인천의 즐라탄이라고 불리는지 증명한 경기였다.
18일 인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 26라운드 성남과 경기에 선발 출전한 김현은 전반 37분 선제골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큰 키를 활용해 제공권을 장악하고, 왕성한 활동량으로 성남 수비진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전반 추가 시간엔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성남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후반 23분 송시우가 투입되면서 김현이 아닌 주전 스트라이커 무고사가 빠졌다. 그만큼 이날 김현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홈에서 성남을 상대로 10년 만에 승리를 거둔 날, 수훈 선수에 선정된 김현은 "10년 만에 홈에서 성남을 이기게 된 것도 그렇고, 승리를 가져 오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성남은 지난 4월 21일 탄천운동장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도 3-1로 이겼는데, 이 경기에서도 김현이 결승골의 주인공이었다.
김현은 전북 유스 팀이었던 전주 영생고 출신. 영생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직행한 케이스로 일찌감치 잠재력을 주목받았으며,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에 차출 경력이 있는 유망주다.
그러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전북에서 성남(2013년)으로, 제주 유나이티드로 성남(2016년)으로 두 차례나 임대됐다.
2016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성남으로 임대된 뒤 데뷔전에서 골을 신고하고, 수원FC와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었지만 다른 경기에선 이렇다 할 활약을 남기지 못하면서 1시즌 만에 동행을 끝냈다.
성남 유니폼을 벗은 뒤에도 김현의 프로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주 유나이티드로 복귀하고도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K3 화성FC로 향했고, 지난 시즌 부산 아이파크와 계약도 1년 만에 끝났다.
하지만 자유의 몸이 된 김현에게 인천 유나이티드가 손을 내밀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간판 공격수였던 무고사가 개인 사정으로 결장하면서 김현에게 출전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3월 대구와 경기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김현은 수원과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인천 이적 후 첫 골을 넣었고 성남을 상대로 시즌 2호골을 신고했다. 인상적인 활약에 무고사가 복귀하고도 자리가 생겼다. 인천은 김현과 무고사를 투톱으로 활용했고 이날 경기에서 한 시즌 개인 최다골인 4호골을 달성했다.
김현은 "무고사가 수비 가담보다는 골 냄새를 맡는 타입인데, (부족한) 그 부분을 내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무고사의 장점이 드러난다. 서로 단점을 메꾸면서 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K1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K3와 K2리그를 거쳐 자유계약으로 인천에 합류한 선수가, 인천엔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오랫동안 국내 스트라이커를 갈망했던 인천 팬들에겐 복덩이. 어쩌면 '즐라탄' 그 이상이다.
김현은 "인천 팬분들께서 항상 좋은 이야기 많이 해 주고, 별명도 많이 붙여 준다. 그럴 때마다 큰 힘이 된다"며 "이런 대우를 받게 되어서 정말 기분 좋고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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