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1일 오후 오지환이 내년 시즌 주장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구단을 통해 "책임감은 무겁지만 감독님께서 믿고 맡겨 주신 만큼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주장으로서 항상 소통하고 솔선수범하겠다. 내년시즌에는 우리 선수단이 하나가 되어 팬들에게 더 밝은 면을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 3주 전 '내정', 발표 늦어진 사연
사실 류지현 감독은 이미 2주 전 잠실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던 오지환과 만나 내년 시즌 주장을 맡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감독의 요청이니 오지환이 선택할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오지환은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류지현 감독과 구단에 김현수와 FA 계약이 끝난 뒤에 소식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전임 주장이자 LG의 클럽하우스 문화를 바꿔놓은 선배 김현수에 대한 존중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14일 "오지환과 만나 얘기는 마쳤다. 그런데 오지환이 신중해했다. 아직 김현수와 FA 계약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오지환이 새 주장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 나가면 다른 추측을 낳을 수도 있지 않나. 김현수가 팀에 워낙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친 선배라 오지환도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17일 4년 90억원+상호 옵션 2년 25억원 총액 115억원 대형 계약과 함께 LG 잔류를 택했다. 이날 구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인터뷰에서 김현수는 '주장 연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주장은 내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고 구단에서 정해야 하고 감독님이 정해야 한다. 3년 동안 했으니까 다른 선수가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힌트'를 남겼다.
▶ "때가 됐다" 코칭스태프 만장일치
LG 트윈스는 한때 선수단과 구단 직원들의 투표로 주장을 정하는 방법으로 화합을 유도했다. 김기태 전 감독이 팀을 이끌던 2012년부터 2년 임기 주장 투표가 열렸다. 이후 이병규(현 LG 코치), 이진영(현 SSG 코치), 류제국, 박용택이 '민선 주장'을 맡았다.
류중일 전 감독이 2019년 김현수에게 주장을 맡기기로 하면서 신년하례식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였던 주장 선거가 끝났다. 류중일 감독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김현수는 이적 두 번째 시즌부터 팀을 이끌기 시작해 3년 동안 자리를 지켰고, LG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3년이나 김현수가 주장을 맡아 준 만큼 변화를 택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 류지현 감독은 코칭스태프 등 구단 관계자들에게 차기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오지환을 염두에 뒀던 류지현 감독의 생각과 다른 이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류지현 감독은 "100명이면 100명이 전부 오지환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한편 류지현 감독은 "지난 3년간 주장으로 팀에 헌신한 김현수에게 진심으로 수고 많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전임자'의 노고를 잊지 않고 언급했다. 오지환도 "지난 3년간 (김)현수 형한테 좋은 점들을 많이 배웠다"며 김현수에게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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