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아시아의 축구는 비교를 하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에서만 비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환경, 상황, 훈련 방식, 리그가 다르다. 경쟁 방식도 마찬가지다. 한일 두 나라를 단순히 비교한다는 건 어려운 일."
파울로 벤투 감독이 한일전 0-3 '더블 참사' 뒤에 한 말이다. 마치 숙명의 라이벌 매치에서 패배한 감독보다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본 평론가의 시선에 가깝다. 한일전의 중요도와 의미를 인지하지 않는 외국인 감독의 생각일까.
한국 대표팀은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벤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벤투 감독은 초반에 여러 선수를 점검한 뒤에 큰 틀에서 바뀌지 않는 베스트 전력으로 월드컵 예선을 치렀다.
베스트 전력은 아시아에서도 상위권이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에 프랑스에서 준척급 활약을 이어간 황의조가 있다. 여기에 이재성, 황인범 등이 중원에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고, 후방에는 수비의 본고장 이탈리아 세리에A에 합류한 김민재가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100% 베스트 전력을 모두 활용할 수 없을 수 있다. 실제 김민재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아찔한 부상을 당했다. 풀백 김진수도 예선 기간에 꾸준한 활약을 했지만 월드컵 본선 직전에 부상으로 낙마해, 출전한다면 이번이 첫 월드컵이다. 빡빡한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뛰는 손흥민, 황희찬 등도 예외가 아니다.
대외적인 이유로 해외파를 차출할 수 없는 동아시안컵 혹은 평가전은 새로운 기회의 장이다. 플랜A를 확고하게 다지는 벤투 감독이라도 플랜B를 고민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로 차출이 어려웠던 지난 한일전과 국제축구연맹(FIFA) 캘린더에 없는 동아시안컵이 대표적이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대회 4연패와 '요코하마 한일전 대참사'를 만회해야 했다. 동아시안컵 흥행이 생각보다 저조했지만, 양 국가에 한일전이 가지는 의미는 컸다. 하지만 지난 한일전에 이어 나고야에서도 0-3으로 처참하게 졌다.
경기 뒤에 벤투 감독은 "비주전 선수들이 격차를 좁히려 한다면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라고 말했다. 통역 과정 혹은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전달했기에 정확한 의미가 아니었을 수 있지만, 한일전에서 두 번이나 완패한 감독이 할 말은 아니다.
한일전 패배에 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뉘앙스도 아니었다. 상대 팀을 존중하는 건 맞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나았다. 마땅한 일본의 승리였다. 짧은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수비에서 많은 실수를 했다. 특히 공격에서 실수가 많았다. 일본이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한 일본의 약점을 선수들에게 말했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고 답했다.
벤투 감독은 "3년 동안 일본과 한국의 성장"을 묻는 질문에 "아시아의 축구는 비교를 하는 경향이 있다. 비교는 올바르지 않다. 다른 팀과 비교를 하는 건 좋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비교만 한다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는데, 과연 유럽 라이벌 국가대항전에서 패배했다면 앞선 대답을 할 수 있었는지 물음표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을 지휘하고, 이베리아 반도 더비 팀 스페인에 0-3으로 연패를 했다면, "비교는 올바르지 않다"고 언급할 수 있었을까.
벤투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조기에 뚫고 본선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꾸준히 다져온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동아시안컵에서 선수 발탁과 인터뷰를 본다면, 한일전은 단순한 평가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본 대표팀 감독은 한일전을 이기고 "J리그의 경쟁력을 알릴 수 있었다. 이제 선수들은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한일전의 중요성을 짚어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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