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안산에서 열린 시리아와 경기에 출전한 손흥민.
▲ 지난해 10월 안산에서 열린 시리아와 경기에 출전한 손흥민.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손흥민은 22만3637km를 이동하고 300시간을 비행했으며 시차 204번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국제 축구 선수협회(FIFPro)는 선수들이 유럽 리그와 국가대표를 오가는 과도한 일정 속에 부상 위험이 쌓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손흥민(30)을 예로 들었다.

국제 선수협이 손흥민을 대표 사례로 꼽은 이유는 아시아 선수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손흥민을 차출한 국가대표 경기가 FIFA가 주관하는 A매치라는 점에서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과 일정은 유사하다. 하지만 유럽을 오가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손흥민은 거리가 먼 아시아를 향해 장기간 비행과 큰 시차를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피로도가 크다고 국제 선수협은 분석한다. 지난 1월 대표팀 소집 때 손흥민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자 일부 축구 팬 사이에서 '차라리 쉬는 게 낫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2022년 첫 대표팀 소집도 강행군이다. 손흥민은 한국 시간으로 21일 새벽 웨스트햄과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점수가 2골 차로 벌어진 후반 35분 교체로 빠지긴 했으나 풀타임에 가까운 80분을 뛰었다.

다음 일정은 오는 24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 경기. 대표팀을 소집한 21일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이 다음 날인 22일 파주 트레이닝센터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귀국 다음 날인 23일에 훈련하고 24일 이란과 경기에 나서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시차를 적응할 새도 없다. 손흥민이 대표팀 내에서 갖고 있는 입지와 이란과 경기 중요성, 그리고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성향을 고려했을 땐 이란과 경기에서도 선발이 유력하다. 벤투 감독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우리 팀에 매우 중요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이 안방에서 이란과 경기를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대표팀은 이란과 경기를 마친 뒤 오는 29일 아랍에미리트(UAE)와 경기를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이동한다. 한국에서 두바이까지는 9시간 30분이 걸리는 긴 비행이며 5시간 시차까지 있다. 또 아랍에미리트와 경기가 끝나면 소속팀 토트넘으로 돌아가기 위해 두바이에서 런던으로 7시간이 넘는 비행길에 올라야 한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최근 부진한 손흥민을 빼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내가 미치지 않고선 손흥민을 뺄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을 위해 남은 리그 9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르겠다고 선언한 만큼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에 소집돼 있는 기간을 긴장하며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다른 해외파 선수들에게도 이번 소집은 강행군이다. 손흥민과 함께 22일 대표팀에 합류하는 해외파는 황의조(지로댕 보르도), 김민재(페네르바체), 이재성(마인츠), 그리고 남태희(알두하일) 등이다. 김민재 역시 한국 시간으로 21일 새벽 1시 터키 리그 경기를 치렀으며 황의조는 20일 밤 11시 프랑스 리그앙 경기에 나섰다. 20일 분데스리가 빌레펠트와 경기에 선발 출전한 이재성은 후반 10분 교체됐다.

21일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손흥민과 황의조 김민재를 콕 집어 "해외파들이 유독 화요일에 합류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선의 대책을 찾아 이란과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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